오랜만에 가보게된 성북동.
그리고 처음가본 [정법사]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점점더 무신론자에 가까워지는 요즘.
하늘에 계신 장인은
찾아가 뵙기만 하면 두툼하고 거친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늘 평범하고 잔잔하게 살아감의 중요성을 말하곤 하셨다.
그 말씀이 내가 자라오면서 몸에 익힌 것과 같기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진실되게 맞다고 대답을 해드렸었는데,
그게 마음에 드셨는지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도 좋았지만,
정법사의 넓은 정원과 손바닥만한 연못
그리고 법당을 이리저리 신기한듯 드나드는 딸아이 녀석 때문에
간만에 운동 좀 했다...
딸아이는 작년에
외할머니랑 왔던 이 곳을 정확히 기억해냈다.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남들이 보기에도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셨었는데,
어쩌면 이 녀석이 증조친할아버지의 기억력을 물려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바램일 수도 :)
여러 사람들이 법당에 몰려들고
낯설지만은 않은 나미아비타불 관세음보살~ 이 시작됐다.
연꽃을 단다고 특별히 망자가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할일은 없겠다만,
연을 맺고 사랑해온 장모님께는 큰 위안이 되시는 모양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법당의 중앙문으로는 출입을 불허하고 있었는데,
딸아이 녀석 눈치도 없이 들락날락.
그러면 안된다고 잘 타일러도 10분만 지나면 또 들락날락.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이 또 나를 닮은 모양이다. ㅎ
멀리 보이는 서울의 다닥다닥 아파트들이
정법사의 휑하고 평온한 앞마당과 의외로 잘 어울리는 풍경을 이룬다.
절밥을 오랜만에 먹었는데,
역시나 고기가 없어서 그런지
몇시간이 지나고 배가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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